
이 영화를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일본의 스릴러 내지 미스터리 소설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서점가에서 자기계발서 이상으로 많이 판매되고 있는 장르가 일본의 스릴러 내지 미스터리 물이다. 두터운 매니아층까지 생겼다. 스릴러 내지 미스터리 물은 독자들에게 전혀 내용을 알 수 없는 결과를 먼저 들려준다. 그 다음에는 그와 같은 일이 일어난 원인을 추적하는 과정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이런 이야기 구조는 독자들로 하여금 책에 몰입하게 한다. 예상치 못한 사실이나 반전이 가세하면서 이야기는 점점 흥미를 더해가는 것이다.
영화는 "미야베 미유키"가 쓴 소설 "화차(火車)"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화차"는 악행을 저지른 망자를 태워 지옥을 향해 달리는 일본 전설 속의 불수레로 한 번 올라탄 자는 두 번 다시 내릴 수 없는 것이라고 한다. 소설의 제목 자체에서 어느 정도 이야기의 구조를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이 소설이 다른 여타의 스릴러 내지 미스터리 소설과 다른 점은 당대의 사회적 현실과 문제들을 소재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은이는 고도 경제대국 일본의 우울한 뒷모습을 이야기에 잘 버무려 넣었다. 서민들이 겪고 있는 '사채', '보험', ‘개인정보', '무관심', '1인가구' 등에 관한 이야기는 현재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문제와 너무나 많이 닮아 있다. 미래의 우리 사회를 보려면 현재의 일본을 보면 된다는 우스개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우리 사회와 일본 사회는 많은 점에서 비슷하다. 그래서 이 영화는 많은 부분에서 수긍이 간다.
감독은 원작 소설과 달리 사라진 약혼녀을 찾으며 이야기를 이끌고 가는 인물로 동물병원 원장 장문호(이선균 분)라는 캐릭터를 넣는다. 개인적으로는 이로 인해 원작 소설이 가지는 메마르고 팍팍한 느낌은 사라져 버리고 감정 과잉의 멜로 드라마라는 옷이 덧입혀져 버려 이야기의 힘이 빠지는 것 같다. 장문호의 형인 전직 형사 김종근(조성하 분)도 살아 통통 튀는 듯한 캐릭터가 아니라 숨빠진 배추같다. 차경선 역을 맡은 김민희만 원작이 가지는 이미지를 잘 살리고 있는 것 같다.
영화가 재미없는 것은 아니지만 캐릭터와 이야기 구조를 좀 더 원작에 충실하게 했다면 더 훌륭하지 않았을까 한다. 변영주 감독의 새로운 시도에 일단 박수를 보낸다.
(2012.7.15./AM 01:30/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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