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2월 28일
열혈남아 (熱血男兒, 旺角下問: As Tears Go By, 1987)

 사람들은 종종 어떤 영화를 가장 좋아하느냐? 라는 질문을 하곤 한다. 그럴때마다 나는 항상 외우고 다니기라도 한 것처럼 왕가위(왕자웨이) 감독의 데뷔작인 '열혈남아'라고 이야기한다. 지금 다시 이 영화를 봐도 가슴이 두근 두근 콩닥 콩닥 거린다.

이제 왕가위라고 하면 아무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감독이 되었지만 이 영화가 나올 때 왕가위는 그야말로 신인 감독이었다. 스텝 프린팅, 핸드 헬드, 느린 화면 등 왕가위 감독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다시피한 영화적 기법들이 이 영화에서 시도되었고, 한동안은 유행처럼 번져갔다.특히 포장마차에서의 격투씬, 전화박스 안에서의 키스씬, 경찰서 앞과 교도소 안에서의 씬은 아주 인상적인 장면이다. 개인적으로도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다.


특히 왕걸과 엽환이 듀엣으로 부르는 ‘니시아흉구영원적통(你是我胸口永遠的痛)’을 배경으로 공중전화 박스 안에서 유덕화와 장만옥이 나누는 키스씬은 가슴이 벅차는 장면이다. 하얗게 화면이 바래는 것 같은 장면은 오랜 동안 내 가슴에 남아 있는 명장면이다. 당시 대만에서는 왕걸이 인기가 있어서 의도적으로 홍콩판과 대만판 배경음악을 다르게 했다고 한다.




경찰서 앞에서 유덕화가 머리에 총을 맞고  쓰러질 때 들려오는 심장뛰는 소리와 함께 왕걸의 ‘망료니망료아(忘了你忘了我)’가 이어지면서 회상장면으로 이어지는 부분도 개인적으로 아주 좋아하는 장면이다. 왕걸의 영화음악을 모아둔 시디에 위 2곡이 실려있고, 따로 사운드트랙이 출시되지는 않았다. 홍콩반환을 앞둔 시점에서 만들어진 영화여서 다소 우울하다.




그런데 홍콩판(광동어 버전)과 대만판(만다린어 버전)의 내용과 배경음악이 완전히 다르다. 우리나라에서 개봉된 건 대만판이다. 홍콩판에는 전화박스씬에서 임억련이 부르는 베를린의 'Take My Breath Away'가 나오고 마지막 장면에도 유덕화의 노래가 나온다. 물론 마지막 엔딩 장면도 다르다(홍콩판에서는 유덕화가 총을 맞고 죽는 것으로 끝이 납니다).

예전에 출시된 디비디에서는 홍콩판으로 되어 있어 많은 분들이 실망을 한 적이 있는데, 이번에 새로 출시된 디비디에는 대만판 버전에 수록된 노래가 있다고 하지만 많이 아쉽다. 비디오테이프를 처분한 게 너무 가슴 아프다. 역시 가지고 있었어야 하는데^^ 젊은 날의 유덕화와 장만옥을 보니 세월이 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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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 | 2009/02/28 21:14 | 영화속 명장면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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